거래비용의 구조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3월 1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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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사조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고성준

KDB산업은행은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본부로 대변되는 산은의 기업금융 시스템은 경제 상황과 기업 여건 등 변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해 왔다. 최근 몇 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푸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성공한 구조조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더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현재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9일 15: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HMM 출구전략 모색에 애를 먹고 있다. 산은이 HMM 매각을 희망하는 계열 대기업은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HMM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대로 HMM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여럿 있지만 이들에 대해선 산은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HMM의 몸값이 뛰어 오르면서 변수는 더 커졌다.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중견 해운그룹사들의 자금 여력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산은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이들 해운 그룹사들의 구애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계열 대기업에 물밑 접촉…성과 없이 흐른 2년

산은은 2020년 HMM 정상화 물꼬를 텃을 때부터 민영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해왔다. 주로 계열 대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며 HMM 민영화 의지를 다졌다. 당시 HMM 정상화와 글로벌 해운경기 회복이 맞물려 기대감이 커졌다.

산은이 계열 대기업을 선호한 것은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의 철학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발표할 때도 “재벌체제가 아니면 대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빅딜’을 강행했다.

실제 2020년 당시 산은은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다양한 원매자들을 분석하고 매각 의사 등을 직간접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HMM의 거래비용의 구조 몸값과 이에 따른 산은의 채권 회수 등 개괄적인 계획 등도 나왔었다는 후문이다.

산은이 접촉했던 원매자 그룹은 대부분 계열 대기업이었다. 우선 포스코그룹의 경우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 HMM 원매자로 거래비용의 구조 거론됐다. 철강 제련 기술을 활용해 리튬 등 원석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또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를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HMM의 사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제련 기술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의 경우 벌크선사가 사업 결합시 더 유리하다. 완제품 운송에 특화된 컨테이너선사는 사실상 대규모 원재료 화물의 해상운송에는 맞지 않다. HMM은 드라이벌크 운송권을 과거에 매각했다. 또 포스코인터내셔널과 HMM의 사업 결합도 고객 다변화 측면에선 시너지가 제한적이란 평가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도 주요 원매자로 거론됐다. HMM의 뿌리가 옛 현대그룹인 만큼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옛 현대그룹 재건이란 측면에서 명분도 있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해운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해운업 확장이란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에서 생산한 완선차 해상 및 육상 운송을 중심으로 사세를 키웠다. 이후 벌크선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며 덩치를 키웠다. HMM을 인수할 경우 컨테이너사업도 추가해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완성차 생산체계와 부품 SCM(공급망관리)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HMM의 역할도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및 주요 협력사들이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을 글로벌 생산기지에 공급하는 주요 수단은 컨테이너선이다. 이런 차원에서 HMM 인수시 시너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및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투자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HMM 인수 의사는 전혀 없었다. 미래차 시장에 수십조 단위 투자를 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계획도 원점 재검토 후 비용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정도로 투자 재원을 미래차에 집중하고 있다.

산은이 과거 HMM 매각을 위한 원매자 구성에 실패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산은이 주요 원매자로 앞선 계열 대기업을 꼽은 것은 단순 민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산은은 HMM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매각가가 높아졌고, 그 매각가를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원매자를 원했다. '승자의 저주' 예방 차원에서다.

더불어 산은은 HMM 매각과 산은의 채권 회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사전에 스스로 원매자를 국한했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공적 영역에서 컨트롤이 가능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옛 현대가 재건이란 점에서 협상이 다소 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에 러브콜 보내는 중견 해운그룹사

현재 HMM 매각에서 또 다른 변수는 해외 기업과 사모펀드의 입찰 제한이다. HMM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매자 풀을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으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HMM 인수 의지를 높이고 있는 곳은 해운업을 영위하는 중견 해운그룹사들이다. 이들은 어찌보면 산은이 그동안 구조조정 후 민영화 과정에서 원칙으로 제시했던 ‘빅딜’에 적합한 후보들이다. 또 참여가 제한된 해외기업 및 사모펀드와도 차별성을 갖는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이다. SM그룹은 HMM과 더불어 국적 원양선사를 운영하는 국내 재계 34위 기업집단이다. 옛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해 출범한 SM상선은 현재 미주노선과 아주노선에서 원양선사로 성장했다. 또 그룹 내 대한해운은 국내 3대 벌크선사로 입지를 굳혔다.

SM그룹의 경우 건설부문으로 성장한 뒤 해운부문을 제2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원양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를 보유해 해운업 포트폴리오도 갖춘 만큼 HMM 인수로 국내 1등 해운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HMM 지분 5.52%를 확보해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은 자금력 면에서 HMM 인수 의지를 드러낸 후보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 3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8위에서 4단계 더 상승했다. SM그룹과 비슷한 체급의 기업집단은 거래비용의 구조 영풍·셀트리온·교보생명·호반건설·넷마블 그룹 등이다.

SM그룹은 올해 기준 자산총액 13조6796억원, 자본총액 6조8298억원으로 부채비율 100.29%를 기록 중이다. 차입금액은 3조9176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7조2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6475억원, 순이익 705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HMM 잠재 원매자로 거론되는 또 다른 곳은 정태순 회장이 이끄는 장금그룹이다. 장금상선을 중심으로 30여개 계열사 대부분이 해운산업 관련 업체로 구성돼 있다. 해운산업 재건 프로젝트 이후 11개 군소 해운사를 흡수합병(M&A) 하며 덩치를 불렸다. 올해 재계 순위 50위로 성장했다. 이랜드·태광·금호석유화학·동원·한라 그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한국해양대 출신으로 한국해운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국적 선사들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해진공 출범 이후 한국해운협회 회장으로 추대되며 국적 선사들과 정부간 가교 역할을 하며 해운업 재건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장금그룹도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내실이 있다. 올해 기준 자산총액 9조3340억원, 자본총액 3조5965억원, 부채비율 159.53%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매출 4조7518억원, 영업이익 1조3223억원, 순이익 1조762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SM그룹이나 장금그룹 모두 내실 있는 경영을 이어가는 중견그룹이다. 하지만 거래비용의 구조 대기업에 비하면 현금 동원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산은 입장에선 인수 여력에 의문부호를 그리며 또 다른 대안을 먼저 찾자는 분위기다.

산은 구조조정 관계자는 “HMM 매각에 대한 산은의 뚜렷한 입장은 아직 없지만 민영화가 돼야 한다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며 “원매자 풀이 제한적이지만 막상 딜이 시작되면 예상치 못한 인수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비용의 구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사조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사조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고성준

국세청이 사조그룹 주력 계열사인 사조산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조가(家) 편법 승계 논란이 주목을 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소재한 사조산업 본사에 요원들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예치했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국세청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부회장은 그동안 승계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편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 부회장은 2006년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15년 그룹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에 올랐고, 올해 초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주 부회장은 이미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그는 사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39.7%)다.

이 과정에서 주 부회장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를 대물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사조시스템즈는 한때 매출 90% 이상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의존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역시 내부거래로 덩치를 불린 사조인터내셔날을 사조시스템즈에 합병시켰다. 합병 이듬해인 2016년 내부거래 규모도 237억원에 달했다.

시조시스템즈는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조산업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그 결과 지금의 ‘주지홍 부회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해표·사조씨푸드 등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증여·상속세를 들이지 않고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편법 논란은 계속됐다. 주 부회장은 2020년 말 사조산업 소유의 골프장 캐슬렉스서울과 자신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합병안을 놓고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대대적으로 반발했다.

합병 시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이 캐슬렉스서울에 전가되는 반면, 주 부회장은 캐슬렉스서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는 정부가 주택공급난 해소 방안으로 ‘수도권 골프장 신도시 건설’이 제안되는 시기였다. 만일 캐슬렉스서울이 택지로 개발될 경우 부동산 가치는 폭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액주주들은 또 사조산업이 의도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 재평가를 수십 년째 미루는 방식으로 주가를 낮게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 역시 주 부회장에 대한 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한다. 주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 회장의 지분(14.24%)을 비롯한 사조산업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조산업 주가가 낮을수록 경영권 지분 확보에 낮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공시줍줍]역삼각합병으로 북미시장 진출하는 아모레퍼시픽

[공시줍줍 PICK]9월 2일 출근길에 살펴보는 주요 기업 공시
아모레퍼시픽, HSD엔진, 금호전기, 바이오로그디바이스

공시줍줍 에디터들이 직접 선별(PICK)한 기업공시를 평일 아침 7시에 전해드리는 [공시줍줍 PICK]!

오늘은 생소한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미국 화장품 회사 인수에 나선 아모레퍼시픽과 파업으로 핵심매출처인 선박엔진 생산중단 위기에 놓인 HSD엔진, 그 밖에 금호전기와 바이오로그디바이스 관련 이야기를 모아왔어요.

역삼각합병으로 북미 화장품회사 인수 나선 아모레퍼시픽

K-뷰티 양대산맥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화장품 회사 인수에 나섰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해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잦은 봉쇄령을 내리자 매출이 급감했는데요. 이번 인수 추진은 북미 시장 확대를 통해 중국에 편향된 해외 매출 비중을 낮추고 글로벌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돼요.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하려는 회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인 '타타 내츄럴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 LLC, 이하 '타타 내추럴')로 지분 100%를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밝혔어요.

'역삼각합병'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합병방식을 택한 것은 미국법인과 합국법인의 직접 합병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일단 역삼각합병에 앞서 삼각합병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살펴볼게요.

삼각합병은 거래비용의 구조 모회사가 자회사를 앞세워 인수하려고 하는 제3의 기업을 흡수합병하고, 흡수합병된 회사(제3의 기업) 주주들에게 합병의 대가로 모회사의 주식을 주는 합병방식이에요.

A회사가 100%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 B를 설립하고 A가 인수하려고 하는 회사 C를 B에 흡수합병 시키는 방법으로, B가 존속회사로 남고 C는 소멸하는 형태예요. A → B(C)

역삼각합병은 삼각합병과 달리 합병을 주도하는 B가 아니라 흡수대상인 C를 존속회사로 남기는 방식이에요. 단계가 하나 더 많아지는데요.

A가 100%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 B를 설립하고 B는 C에 흡수합병될 100% 자회사인 D를 설립해요. 그럼 A B D의 모-자-손자회사가 만들어지는데요. D가 C에 흡수합병되면서 B가 C의 주주에게 합병대가를 지불하게 돼요. 이렇게 A B C의 구조가 만들어지는데요. 여기서 손자회사인 C가 자회사인 B를 역합병하게 되면 A → C의 완전 모자회사 관계가 만들어져요.

역삼각합병 방식은 합병하려는 회사가 인허가·상표·특허 등을 보유해 해당 회사를 소멸시킬 경우 그에 대한 권리를 이어가기 어려울 때 활용하게 되는데요.

실제 타타 내츄럴은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북미 지역 내 네타포르테, 컬트 뷰티 등 온라인 채널과 세포라, 니만마커스 등 800개 이상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있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활용해 북미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 역삼각합병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여요.

그럼 이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게요. 아모레퍼시픽은 타타 네츄럴 인수를 위해 지난 8월 29일 미국 델라웨어주에 100%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US 인베스트먼트(이하 아모레퍼시픽 US)'를 설립하고 타타 내츄럴에 흡수합병될 자회사 '아모레퍼시픽 US 인베스트먼트 머저 서브(이하 US 머저 서버)'도 설립했어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US(SPC) US 머저 서버(SPC)의 모·자·손자회사가 만들어졌고 타타 내츄럴이 US 머저 서버를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합병계약을 1일 체결했어요.

합병 과정에서 타타 내츄럴 기존 주주에게는 합병을 대가로 US 머저 서버의 모회사의 지분을 지급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합병계약을 체결한 1일 아모레퍼시픽 US에 1681억원을 조달하는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했어요. 이중 타타 내추럴 주주에게 합병 대가로 지급하는 자금은 1439억원 정도, 나머지는 합병거래 종결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계획대로 합병이 진행되면 타타 내츄럴은 아모레퍼시픽 US의 자회사이자 아모레퍼시픽의 손자회사가 돼요.

과정이 다소 복잡하지만 종합하면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100%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US를 설립했고 '타타 하퍼' 브랜드를 소유한 타타 내츄럴을 100% 손자회사로 두게 됐어요.

합병계약은 10월 31일 완료할 예정이에요.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합병추진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납입일, 신주종류와 수, 신주발행가 등은 미국 기업결합승인, 기타 정부승인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라고 전했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국시장 실적 악화로 주가도 부진한 상태인데요. 이번 합병계약으로 북미 시장에 안착해 실적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파업으로 생산중단 위기 온 HSD엔진

세계 2위 저속엔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선박엔진 생산전문업체 HSD엔진이 공장가동을 중단했다는 공시를 냈어요.

임금협상 관련해 직원들이 파업을 하면서 선박엔진 제조 생산 부문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건데요. 지난 1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총 4시간 동안 생산이 중단됐어요.

회사는 '일시적 생산차질'이라고 알렸는데요. 문제는 아직 임금협상 마무리되지 않아 협상 타결 전까지 추가적인 파업으로 생산중단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거래비용의 구조

선박엔진 제조부문은 HSD엔진의 지난해 매출의 81.6%(4888억원)를 차지하는 분야로 생산 중단 시 매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참고로 HSD엔진은 8월에만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선박용 엔진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어요. HSD엔진 주주들이라면 앞으로 임금협상 타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밖에 간추려본 기업공시

코스피 상장사인 조명 제조업체 금호전기는 1일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전환·행사가격을 조정 공시를 대거 냈는데요. 최근 시가보다 낮은 발행가격에 유상증자를 하면서 가격 조정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조정가격 자체는 큰폭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 1건과 8건의 전환사채 전환가격이 조정되면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수가 이전보다 41만주 늘었어요.

이들 채권은 현재 대부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요. 전환 시기가 한두달 남은 채권을 제외해도 현재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물량이 1304만981주에 달해요. 전체 상장주식의 53.58%에 해당하는 규모예요.

다만 현재 행사가와 전환가는 금호전기 주가(1일 종가) 1340원보다 조금 높아 당장 주식으로 전환되는 물량이 대거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주가 변동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이 시장에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점 참고해 주세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전문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1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어요. 기존 최대주주였던 금성축산진흥이 거래비용의 구조 보유하고 있던 주식 420만주 전량을 코스피 상장사 이엔플러스에 넘기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건데요.

이엔플러스는 420만주(9.94%)를 장외매매를 통해 149억원에 인수했어요. 인수자금 중 55억원은 차입금으로 인수했는데요. 이는 이엔플러스가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인수를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 금액이에요.

이번 주식양수도 계약은 금성축산진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의 만기(9월 9일)가 도래하면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돼요.

참고로 이엔플러스는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주식을 담보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채권자로 하는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발행한 제5회차 전환사채 인수자로 채권의 원리금상환을 위해 이엔플러스에 주식담보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보여요. 담보설정금액 총액은 84억5000만원, 담보제공기간 만료일은 2025년 7월20일이에요.

*[공시줍줍 PICK]은 매일 아침 8시 30분 유튜브 라이브방송 및 방송 직후 클립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유튜브에서 [공시줍줍]을 검색해주세요.

[심재석의 입장] 쿠팡과 참여연대의 진실게임, 누가 맞나

[심재석의 입장] 쿠팡과 참여연대의 진실게임, 누가 맞나

쿠팡과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크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쿠팡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데, 쿠팡은 더이상은 못참겠다며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30일 참여연대는 “판매자는 부당 착취, 자회사는 거래비용의 구조 부당 특혜, 쿠팡·CPLB 공정위 신고”라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쿠팡이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공급하는 자회사인 CPLB에는 적은 수수료를 받고, 외부업체에는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내용입니다.‘쿠팡이 PB상품에 특혜를 줘서 이윤을 늘리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뜁니다.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과 반박, 그리고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서로의 주장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게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연대는 쿠팡이 CPLB에 최대 2.55%만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감사보고서를 보니 CPLB가 쿠팡에 지출한 비용이 매출액의 2.55%에 불과하다는 것이 근거였습니다. 이에 반해 다른 판매자들에게는 최대 31.2%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합니다. CPLB한테만 수수료를 적게 받으면 PB상품 가격경쟁력이 올라가고 다른 공급자는 손해를 보게 되죠.

쿠팡은 이 주장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갈합니다. 쿠팡에 따르면, CPLB의 제품은 쿠팡이 100% 직매입한다고 합니다. 직매입이란, 쿠팡이 제품을 사와서 자체 물류센터에 재고로 보관하고 파는 것을 말합니다. 직매입 상품은 가격을 쿠팡이 정합니다.

직매입 방식의 비즈니스는 판매수수료를 논할 수 없습니다. 판매수수료란 남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고 받는 비용인데, 직매입은 남의 상품이 아니라 내 상품을 파는 것입니다. 얼마나 싸게 떼어오느냐, 얼마나 비싸게 파느냐에 따라 쿠팡의 이윤이 정해집니다.

쿠팡에 따르면, CPLB에 받은 2.55%라는 돈은 수수료가 아니라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용역비입니다.

쿠팡이 CPLB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밝히니, 참여연대는 “(쿠팡이) 자회사 CPLB에 어떠한 명목의 수수료도 요구하지 않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CPLB와 다른 입점업체를 차별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시인한 것”이라고 또 주장합니다.

이는 다소 아전인수 격 해석입니다. CPLB 입장에서 보면 쿠팡은 수수료를 내야할 대상이 아니라, 거래비용의 구조 내 상품을 사가는 고객입니다.

수수료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비즈니스끼리 비교해야 합니다. 직매입 비즈니스와 수수료 비즈니스 모델을 비교하면서, 수수료가 없으니 특혜라고 주장하는 건 좀 이상합니다.

참여연대는 쿠팡의 수수료가 최대 31.2%라고 주장합니다. 참여연대의 주장의 근거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자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의 정률 수수료율은 23.6%이며, 판매장려금 등 부가비용을 더한 실질 수수료율은 31.2%입니다. 31.2%라는 수수료율은 엄청난 수치입니다. 가장 높은 수수료율로 악명이 높은 TV홈쇼핑 수준입니다.

이커머스 수수료율(출처: 공정위 대규모유통업자 유통거래 실태조사)

이커머스 수수료율(출처: 공정위 대규모유통업자 유통거래 실태조사)

하지만 이 역시도 정말 그런가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쿠팡은 수수료 비즈니스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직매입 비즈니스입니다. (직매입이 아닌 오픈마켓 서비스가 있지만, 오픈마켓 수수료율은 공정위의 대규모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공정위 조사에는 빠져있어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오픈마켓을 제외하면 쿠팡은 99.1%가 직매입 모델입니다. 쿠팡이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떼어와서 파는 방식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켓배송이 바로 직매입의 결과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직매입 비즈니스는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 아닙니다. 수수료의 많고 적음을 따질 수 없죠. 직매입 비즈니스에서는 “쿠팡이 상품값을 후려친다”는 비판은 가능해도 “수수료가 높다”는 비판은 불가능합니다.

쿠팡의 직매입 비중은 99.1% (출처: 공정위 대규모유통업자 유통거래 실태조사)

앞서 언급했듯 직매입은 수수료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는 공정위 실태조사 자료에도 나옵니다. 공정위 실태조사 자료에 편의점 수수료는 나와있지 않은데, 공정위는 “편의점은 대부분 직매입 방식이어서 판매수수료율 조사에서 제외했다”, “마켓컬리 거래형태는 대부분 직매입 거래이므로 판매수수료율 통계에서 제외했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편의점 거래는 직매입이어서 판매수수료율 조사에서 제외(출처: 공정위 대규모유통업자 유통거래 실태조사)

마켓컬리는 대부분이 직매입이어서 판매수수료율 조사에서 제외 (출처: 공정위 대규모유통업자 유통거래 실태조사)

그렇다면 공정위 실태조사에 나온 31.2%라는 수수료는 뭘까요?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직매입이 99.1%, 특약매입이 0.9%입니다. 이 특약매입이 바로 최대 31.2%의 수수료를 받은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쿠팡 서비스 이름으로 보면 ‘제트배송’이 대표적인 특약매입 해당됩니다. 제트배송은 쿠팡 물류센터에 보관돼 있고, 쿠팡에서 판매되지만, 쿠팡이 직매입하지 않는 상품입니다. 제트배송 상품은 쿠팡 물류센터에 있어도 쿠팡의 재고가 아니라 판매자의 재고입니다. 판매가격도 판매자가 정합니다. 그러니 쿠팡에 수수료를 내는 것이죠. 제트배송 이외에 ‘전문설치’도 특약매입에 해당됩니다. 전문설치는 가구나 대형가전처럼 별도의 설치 서비스가 필요한 상품을 대상으로 쿠팡이 최종 설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상품입니다.

제트배송이나 전문설치 서비스의 실질 수수료가 31.2%나 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제트배송은 쿠팡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상품의 물류창고 보관, 배송, 마케팅, CS(고객응대)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서비스입니다. 이를 두고 이커머스 산업에서는 ‘풀필먼트’ 서비스라고 부릅니다. 풀필먼트를 포함한 판매수수료율과 일반 판매수수료율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쿠팡 역시 직매입 비율이 99.1%라는 점에서 편의점이나 마켓컬리처럼 판매수수료율 조사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또 수수료를 받는 제트배송이나 전문설치는 창고 및 물류비용, 설치, CS 등의 비용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 판매수수료율 조사와 비교할 바는 아닌 것 거래비용의 구조 같습니다.

쿠팡의 문제는 없나

그렇다면 쿠팡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것일까요? 그것 역시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쿠팡이 PB 상품을 우대한다는 의심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수료율’이라는 기준이 아니더라도 쿠팡이 PB상품을 거래비용의 구조 지나치게 싸게 떼어와서 싸게 팔면 일반 상품 판매자들은 힘들어집니다.

또 쿠팡이 PB상품을 검색결과에서 우대한다거나, 할인과 같은 프로모션을 더 많이 해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쿠팡 입장에서 보면 PB상품을 파는 게 일반 상품 파는 것보다 이윤이 많이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PB상품을 우대하고 싶은 유혹이 계속 들 것입니다.

시민단체가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사회에 필요한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참여연대가 쿠팡의 움직임에 거래비용의 구조 예의주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칼날은 날카로워야 합니다. 비판하는 상대의 비즈니스 구조와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칼날은 무딘 채 비판의 수위만 높다면 아무도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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