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 시장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4월 8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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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설치된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핌 스페셜] 외환시장의 개입과 개입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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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Newspim)은 외환리스크를 제대로 알고 대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피스트글로벌의 이석재 외환사업본부장을 초빙, 매주 외환리스크 리포트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외환리스크를 알기 위한 기초로서 ‘환율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환율제도의 변천과정', '환율의 변동요인'에 이어 네 번째로 ‘외환시장의 개입과 개입방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9월 하순 서방선진 7개국(G7) 두바이 공동성명으로 폭발력이 체험된 ‘환율전쟁’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미국 환율정책의 변화: 강한달러 vs 약한 달러’ 리포트도 함께 실었습니다.

이석재 본부장의 외환리스크 리포트는 뉴스핌 웹사이트 ‘시대공감’ 창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외환시장 개입과 개입방식

최근 진행 중인 동서양 통화전쟁 즉, 환율전쟁의 화두는 시장개입이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등 동아시아국가들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자국통화 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외환시장개입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주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도 아시아 각국 정부에 대해 “통화가치하락을 유도하는 환율정책 즉, 외환시장개입을 그만두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아시아 국가들, 특히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며 엄청난 무역흑자를 올리기 때문에 다른 나라 경제 및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미국 무역적자의 책임을 전가 시키려는 느낌이 적지 않은 발언이었다.

미국이 자국내의 경기침체 및 무역수지적자에 대한 원인을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정책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동서양간의 통화전쟁 즉, 환율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 외환시장개입의 역사

시장개입은 최근의 환율전쟁에서 수세에 몰려있는 동아시아 4개국의 전유물은 아니고 역사적 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빈번했었다. 시장개입의 효시는 1985년 9월의‘플라자합의’였다.

플라자합의는 미국이 자국의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브레튼우즈협정 이후 조정되어온 환율체계를 단숨에 무용지물로 만들려고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 5개국(G5)이 합의한 것을 말한다. 플라자합의는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여 개입하기보다는 구두개입과 금리조절 등으로 달러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였는데, 실제로 합의 이후에 달러 약세와 엔고(高) 노선이 시작되었으며 아직까지도 일본인들의 생활을 옥죄고 있다고 한다.

이 합의 뒤 얼마 되지 않아 달러는 엔에 대해 30%, 마르크에 대해서는 60%나 평가 절하됐다. 반대로 엔화는 3년 남짓 사이에 달러에 대해 86%나 평가절상이 됨으로써 일본 경제는 공전의 거품시기로 돌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실질적인 시장개입으로 부를 만한 사건은 1992년 영국에서 일어났다. 1992년 여름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하자 영국 중앙은행이 파운드화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투입했으나 결국 실패함으로써, 영국은 유로체제의 전신인 유 럽환율안정장치(ERM)에서 탈퇴해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 후 2년 뒤 일본의 시장개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994년 6월 달러/엔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달러 당 100엔 이하로 떨어지는 슈퍼엔고 시대가 시작되자 일본은 자국통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시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잇따른 시장개입에도 엔화가치가 이듬해 3월 달러당 80엔대로 치솟자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18개국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협조개입이 실시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엔고를 막기 위한 협조 개입이었는데 그해 여름까지 10여 한국 외환 시장 차례나 이뤄졌다. 미국은 엔고 저지를 위해 단독으로 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그 후 약 3년간 국제외환시장에서 시장개입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1998년 6월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엔화가치가 150엔선을 위협할 정도로 폭락하자 일본과 미국이 엔화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시장개입을 하였는데 이것이 미국의 마지막 시장개입이기도 했다.

(2) 외환시장 개입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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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개입방식

직접개입은 투기세력 등이 시장을 교란시켜 왜곡된 방향으로 환율의 방향이 전개될 때 중앙 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실제로 외화를 사거나 파는 방법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환율하락이 지나쳐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이 되면 외화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 올리고, 반대로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일정금액을 시장에 내다 매도 함으로써 환율 급상승을 저지한다.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외화매수)을 단행하면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게 되고 환율이 급상승하는 시점에서 시장개입(외화매도)을 단행하면 외환보유액이 줄어 들게 된다.

최근에 미국이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된 원인이 바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시장개입(달러매수)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개입은 환율의 추세를 완전히 되돌려 놓기 위해 취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환율의 상 승속도 또는 하락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 Smoothing Operation)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 간접개입방식

간접개입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환율의 급변동을 관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두개입’으로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할 경우에 정부 및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나서서 “환율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거나 ”최근의 환율불안에 대해 정부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투기세력의 움직
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발언함으로써 시장추세를 전환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 일본의 새로운 시장개입전략

최근 일본정부는 엔고를 막기 위해 새로운 시장개입전략을 동원함으로써 국제외환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전략으로는 △ 개장전 시장개입 △ 세계 곳곳의 중앙은행 창구활용 △ 복면개입 △ 3일 연속개입 등이다. 종전의 정규거래 ‘시간 중에 개입-개입사실 확인’에 비해 고도로 지능화된 전략으로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인 개입에 식상되어 있는 시장 에 일시적인 충격을 줌으로써 개입효과를 높이기 위한 편법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된다.

동경외환시장이 정식으로 개장하는 오전 9시 이전부터 시장에 참여하는 전략이다. 보통 미국 뉴욕시장이 마감되는 오전 6시부터 8시30분 사이에 시장에 엔을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전략으로, 이 때는 시간상으로 호주 시드니 시장에서만 외환이 거래되기 때문에 거래량이 많지 않다. 따라서 개입규모가 다소 적더라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2003년 9월 30일에 뉴욕연방은행(FRB)과 유럽중앙은행(ECB)에 위탁하 여 런던과 뉴욕시장에서 엔매도∙달러매수를 했다. 이어 10월 1일에는 호주 중앙은행과 일부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창구도 활용하여 엔고 저지개입에 총력을 기울였다.

외국의 각 중앙은행에 개설해 놓은 일본은행 계좌에서 개입자금이 빠져 나가는 ‘외국중앙은행 위탁개입‘은 다른 나라들도 일본중앙은행의 입장을 들어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상징적인 효과가 크다. 일본은 이전에도 위탁개입을 실시한 적 은 있지만 주로 FRB와 ECB에 한정하였다.

2003년 9월 2일 일본은행은 시장 참여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엔화를 내다 팔았다. 투기자들이 엔화에 대한 매도압력이 강하다는 착각을 일으키도록 하여 엔화 매도세를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다. 일본신문들은 최근 일본은행이 올들어 이 같은 복면개입을 즐겨 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행은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3일 연속 시장개입을 단행하였다. 보통 하루나 이틀 개입 후 개입을 중지하던 과거와는 다른 형태이다.

일본정부는 이처럼 다양한 전략을 통해 2003년 들어 9월말까지 총 13조엔( 약1천1백50 억달러)이 넘는 사상 최대규모의 시장개입을 실시했다.


(3) 시장개입효과

일단 시장개입의 효과는 직접개입이든 간접개입이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 국과 같이 시장규모가 작고 중층적 발전이 안 된 국가일수록 개입효과는 키지는 것으로 생각 된다.

그러나 직접개입은 환율움직임을 외환당국 의도대로 끌고 갈 수 있지만 개입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유발시켜 환율변동성이 커지거나 왜곡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한국 외환 시장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직접개입이 환율의 급변동을 완화하는데 성공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원래 예상했던 환율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 시장참여자의 기대를 어긋나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두개입의 경우에는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당국 의도대로 환율의 움직임을 바꾸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이것은 구두개입의 경우 외환당국의 입장과 환율정책 방향을 시장에 알림으로써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고시효과’정도로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개입은 시장환율이 일시적 충격으로 인해 경제여건과 심하게 괴리됐을 때만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구두개입은 시장이 불안정해서 환율을 다소 안정시킬 필요가 있을 경우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Fist Global 이석재 외환사업본부장] [email protected]

◆ 미국 환율정책의 변화: ‘강한 달러’ vs '약한 달러‘

지난 9월 하순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연한 환율제도’를 권고한다는 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는 등 달러약세가 촉발됐다.

아들 부시 행정부 들어서 잇단 경기부양책과 세금감면 등에 따라 미국이 재정적자로 다시 돌아서면서 ‘강한 달러’정책이라는 관리들의 수사어구가 의심받던 차에 두바이 공동성명은 달러약세 기조에 대한 ‘공식적인 용인’으로, 또 이를 막는 국가에 대한‘강력한 압력’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강한 달러’정책은 클린턴 행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줄기차게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에 대한 감축을 이끌면서, 정보기술(IT) 혁명과 함께 신경제를 이끌었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등을 통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노선으로 채택됐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연방정부의 재정흑자 전환이라는 성과와 함께 소련으로 지칭되는 사회주의 경제권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주도국으로서 갖는 우월의식, 냉전 종식 이래 미국 주도의 국제정치적 단일패권이 형성됐다는 역학관계가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강한 달러’정책은 미국 경제가 1980년대 우울한 구조조정의 기나긴 고통에서 획득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 1997년 아시아의 IMF 외환위기를 타개하는 정책코드이자 소위 세계화라는 미국식 패러다임의 세계적 확산을 주도하는 근저를 제공했다.

그러나 21세기 세기적 전환과 함께 찾아온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지속적인 금리인하 속에서 미국 달러화는 약세 전환의 조짐이 생겨났고, 부시 행정부 이래 이라크 전쟁과 경기부양용이라지만 부자에 혜택을 주는 세금감면 등에 따라 ‘쌍둥이 적자’의 나라가 된 미국에서 정책 한계를 타개하는 수단으로서 ‘환율카드’가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환율전쟁’은 세계 각국이 경기회복을 이루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고자 하는 국가간 환율정책의 충돌에 따른 결과물이다. 더욱이 경기회복이나 무역적자 감축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을 재획득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까지 중층적이면서도 강력한 이해관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미국이 촉발시킨 ‘환율전쟁’은 중국이나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과 그에 따른 통화가치의 절상억제 때문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세계의 공장’으로서 발돋움하고 있으나 경제제도의 후진성으로 인해 아직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잃어버린 불황의 10년’을 뒤로 하고 경제회복을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주요수단으로 삼고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게 일본이다.

또 한국이나 태국 등 아시아국가들은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정부의 입김이 막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시장개입 논란은 시장 내외를 막론하고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 내에서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개입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경기회복과 수출경쟁력을 위한‘경제국방비’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해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더욱이 달러약세 기조 속에서 개입비용이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정도로 폭증하고 있어 논란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1조8,000억원에 달했던 외국환평형기금의 순손실이 올해는 외평채 발행 급증에 따른 이자비용과 환차손 등에 따라 대거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개입방식을 현재의 한국은행 차입이나 외평채 발행을 통한 직접 개입 방식에서 시장메카니즘에 순응하는 간접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정부의 입장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임에는 틀림없다.

환율 또 연고점 경신…‘경제 실탄’ 외환보유액 문제없나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면서 정부가 시장 개입시 ‘실탄’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 규모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달러’ 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외환보유액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대외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64억 3000만 달러로 7월 말(4386억1000만 달러)보다 21억8000만 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연속 감소하다 지난 7월 소폭 늘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8월 초 1304.00원에서 1350.00원으로 한 달여 간 46원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이뤄지면서 외환보유액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3원 오른 1371.7원에 마감해 하루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이처럼 급등락이 커질 때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개입한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실탄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외환당국은 지난 7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라며 일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현재 환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마치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있고, 외환보유고가 부족하고 마치 1997년이나 2008년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우려와 중복돼서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며 “걱정하는 이유는 충분히 알겠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 통화만 절하되는 게 아니라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주요 국가의 환율과 다같이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계 순위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7월 기준 외환보유액(4383억 달러)은 GDP 대비 27%로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스위스, 홍콩, 대만, 사우디, 러시아는 GDP가 한국보다 작지만 외환보유액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정도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도 작은 수준은 아니다”면서 “외환보유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달러의 흐름차원에서 달러가 들어오고, 나가는 게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무역수지가 적자가 나긴 했지만 상품 서비스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여전히 흑자 기록 중으로 아주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외화유동성 점검 회의를 열고, 은행들에게 보수적인 외화유동성 관리를 주문했다. 김영주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대내외 불안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언제든지 위기 상황에서 외화유동성 대응이 가능하도록 외화조달·운용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자체점검 결과 외화유동성 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 유사시를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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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하는 등 환율이 천장을 뚫고 연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380원대를 넘어 14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고환율은 우리 경제에 수입물가를 올려 무역수지 적자폭을 키우고 이는 경상수지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문제는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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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설치된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마감했다. 2009년 4월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70원을 돌파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원 오른 1365.0원에 개장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운 이후 하강 곡선을 그리며 1361.7원까지 떨어졌다가 1362원대에서 움직이다 오전 11시13분 1370.1원으로 1370원선을 돌파한 뒤 1371.9원까지 뛰었다.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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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달러 강세를 불러오는 것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0선까지 치솟았다.

달러당 6.92원대까지 오르는 등 위안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으며,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조이고 있는 것도 환율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며 상단을 1365∼1380원까지 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환율 고점을 1380원대로 잡았다.

다만 시장 불안에 상단을 계속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14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시장에서 경계 심리가 고조되면 오버슈팅(단기 급등)이 나올 수 있다"며 "1400원까지도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원화 약세는 이전과 달리 부리나라 경제에 부작용으로 크게 작용한다. 수출 가격 경쟁력 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보다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될 우려가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7월 원자재가격과 환율 변동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는 경우 수입은 3.6%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영향에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로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566억7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6.6% 늘어난 반면 수입은 661억5000만 달러로 28.2% 늘어난 영향이다. 1∼8월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23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역수지 악화로 경상수지 흑자도 축소될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 둔화로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효과를 보이지 못했고, 외환보유액의 감소로 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전월말대비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소폭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외환당국의 시장안정조치에 제한이 걸린다. 환율이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락하면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안정조치를 취한다. 한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올해 1분기 외환당국 순거래에 따르면 외환 순거래액은 -83억1100만 달러로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였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중첩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경상수지와 내외국인 자본흐름 등 외환수급 여건 전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없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둔화 등으로 인해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도 있다"며 "수출경쟁력 강화 및 해외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한편, 무역구조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환율 상승이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기업 투자세액 공제 확대,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 고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책들이 적기에 시행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370원도 뚫은 환율, 외환보유액 정말 문제없나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만에 1370원을 돌파하면서,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달러 강세 속에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4400억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380원을 뚫고 1400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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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전판'인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해 외환당국은 문제 될 수준은 아니란 입장이지만,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다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1억8000만달러 줄었다. 외화자산 운용수익,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은 늘었지만 미국 달러가 약 2.3% 평가 절상되면서 외환보유액의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한국 외환 시장 감소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3월 이후 4개월 연속 뒷걸음치다가 7월 소폭 반등했으나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7월 말 기준(4386억 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2월 말(4631억2000만 달러) 이후 7개월간 266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2020년 11월(4363억7722만 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외환보유액 감소는 미국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자 통화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한 영향이 크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시장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락하면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한다.

문제는 통화 당국의 노력에도 원・달러 환율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3일 1300원을 돌파한 환율은 지난달 23일까지 두 달 만에 40원 올랐다. 지난주에는 1350원과 1360원을 차례로 돌파한 데 이어, 이날 1370원까지 넘어서는 등 고점을 계속 높이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국이 용인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을 정해놓고 시장과 소통을 하면서 허용 가능한 수준을 언급한다면, 그 이상을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되면, 외환당국은 매도시장 개입 강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즉 외환보유액이 더 줄어들게 된다.

한국은행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환율 급등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라 우리나라 통화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고, 국내 외환시장에 유동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화 자금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상의 SGI 민경희 연구위원은 “지금의 원・달러 환율 상승 움직임이 외화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스와프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통화스와프를 통해 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예방하고 향후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20년 3월에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발표로 달러화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환율이 70원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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